IT 분야의 변화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랐던 적은 없다. 그렇지 않은가? 25년간의 데스크톱 컴퓨팅과 15년간의 상용 인터넷 시대를 지난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기술에는 좌절감이나 괴로움을 주는 부분과 과거로 역행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테라바이트급 하드 디스크를 가지게 된 것은 멋진 일이지만 40MB만 있어도 수준 이상으로 인정받던 시절에 비해 거의 달라지지 않은 인터페이스와 툴을 사용하여 그 하드 디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은 많다. 다음은 그런 장애물 10가지를 정리한 것이며, 특별한 순서는 없다. 분명히 놓친 것도 몇 가지 있을 것이다.

1. 데스크톱을 장악한 MS의 지배적 위치
윈도우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통합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것이 좋은 일인가? 통합이 혁신, 유연성, 자유 시장 경쟁보다 더 중요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유럽위원회(EC)는 그 점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전세계의 여러 법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컴퓨팅을 한다는 것은 윈도우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윈도우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MS가 소매 유통망과 비즈니스 채널에서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 그리고 수십년 간의 시장 지배적 위치에서 나오는 관성으로 인해 윈도우가 변경하기 어려운 기본 운영 체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위원회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와 같은 제품, 즉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품을 개선할 진정한 의사가 없기 때문에 2류로 남아 있는 프로그램에 반드시 익숙한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사실, 독점은 경쟁을 방해하므로 혁신에도 방해가 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오래 동안 부진한 상태라는 걸 생각해 보라.

하지만 새로운 사고 방식을 고사시키는 MS의 영향력은 단순히 애플리케이션 수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비스타로 충분히 입증되었듯이, 동일한 개념을 재탕삼탕 반복하여 사용해서는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위하여, 특히 MS 자신을 위하여 MS는 다시 공정하게 경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2. 통신 사업자들의 폐쇄성
유럽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암흑 시대를 벗어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것도 시장의 압력에 의해 통신사업자들이 소위 말하는 ‘닫힌 정원(walled garden)’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닫힌 정원 방식이란 사용자들이 통신사업자가 미리 선택한 웹 사이트만 접속하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네트워크 중립성 지지자들이 막으려고 애쓰고 있는 바로 그 방식이다. 물론 그 논쟁은 고정 시스템 액세스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의미가 있다. 영국과는 달리 그 나라의 대부분은 선택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두 경우 모두 인터넷 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겠다고 결정하면 혁신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거나 이미 보여주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쁜 일이거나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혁신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려면 그런 콘텐츠 공급은 인터넷의 근본 원칙에 일치해야 한다.

인터넷 상의 평등한 서비스 이용 및 공급을 위협하는 것은 혁신에도 방해가 되며 그런 위협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으려면 시장과 규제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3. 입력 방식
그 동안 별로 발전이 없었다. 쿼티(QWERTY) 자판이 등장한 지 130년이나 된 것이며 윈도우, 아이콘, 마우스, 포인트 등은 35년 전에 나온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휴대 컴퓨팅 시대 이전에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새로운 폼 팩터를 사용할 때 이런 지겨운 구식 방식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다. 음성, 몸짓, 필기체 등을 인식하는 기술도 있고, 손놀림을 지켜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판단하는 동영상과 적외선을 이용한 입력 기술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은 여전히 엄지손가락을 물어뜯게 만들고 눈을 긴장하게 만드는 짜증스러운 환경이다. 블랙베리 키보드는 축소화 기술의 경이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대부분의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8비트 프로세서 이전 시대에 사람과 기계 사이에 세워진 장벽을 무너뜨릴 때까지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4. 배터리 수명
전세계의 모든 신기한 입력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은 휴대폰과 노트북이 기껏해야 몇 시간 정도 사용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인터넷과 모바일 오피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처리 능력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전력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3G와 같은 고속 무선 데이터 기술이다. 아이팟의 배터리 수명을 어느 정도라도 따라잡아야 하는 아이폰이 현재 3G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매우 다양한 전자 장치에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은 하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것은 모바일 테크놀로지는 고정형 장치 기술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마도 향상된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가장 뛰어난 경우는 전기 자동차일 것이다. 이 개념은 실용성이 입증되어 시판되고 있지만, 충전한 전기로 휘발유 자동차만큼 갈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초기의 얼리어댑터들이나 도시의 환경 보호주의자들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5. 속도 마니아
프로세서는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컴퓨팅에서 프로세서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2년된 리눅스 PC를 비스타를 앞세운 새 PC와 비교해 보면 그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제조 프로세스를 축소하여 더 빠른 속도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으로 증명되었지만 그 마법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R&D 자금과 시간을 프로세서 속도에 너무 많이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다루는 방식을 좀더 개선할 수는 없는가? 데이터에 태그를 붙이는 더 멋진 방법은 어떤가? 의미론적 웹 이니셔티브들은 그런 맥락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에 해당하는 하드웨어는 어떤가?

PC에서 최신 DX10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잘 하는 것이지만 컴퓨터의 성격을 재고하려는 합의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적인 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어느 칩 제조사가 가장 먼저 속도 이상을 생각하게 되든지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지능적이 되면 더 지능적이면서도 더 빠른 것이 나오게 된다.

6. 지적 재산권 법
유타 대학교 법학 교수인 존 테라니안은 미국 법률에 따르면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P2P 파일 공유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도) 매일 저작권 위반을 80회 이상 저지르는 것일 수 있으므로 매년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내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어떤 곡을 휘바람으로 부는 행위는 수천달러 벌금을 물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다.

지적재산권 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창조성은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의 법 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창성을 장려하고 아이디어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을 권장하도록 만들어진 이 법은 오히려 권력과 영향력이 있는 것에 더 많은 권력과 영향력을 부여한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에게 이상적인 세상은 모든 사람이 허가를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며, 승인을 받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떠오를 수 없는 세상이다.

이것은 아이디어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전달되는 세상, 그리고 50년 전에 상상할 수 있었던 최고의 유토피아보다 정보가 더 자유롭게 전달되는 세상에 맞는 모델이 아니다. 정보 소유권에 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것도 빨리.

7. 기능 불평등성
산업계에 여성이 더 많이 참여한다면 더 이해하기 쉽고 더 창조적인 애플리케이션과 기술을 만들 수 있다. 다양성은 혁신을 낳는다.

기술은 그 동안 기술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 사람 외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대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없고 배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 산업계는 이 산업계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최고의 기술적인 프로세스라 해도 약간의 인도주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산업 분야는 개발도상국을 깨우고 그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있다. 기술에는 아무리 큰 문제라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만들어질 때에만 그것이 가능하다.

IT가 그동안 제외시켰던 사람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그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수록 우리 모두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하게 될 것이다.

8. 웹 2.0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혁신과 관련하여 웹 2.0은 대답할 것이 많다. 웹은 양방향이 되었다. 멋진 일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기업계의 사람들이 보여준 극단적인 열성은 의도와 반대되는 작용을 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정말 필요한가? 페이스북에 글을 한 줄 올리는 것의 가치는 얼마인가? MS가 최근에 페이스북의 일부를 인수하면서 이 소셜 네트워킹 회사를 150억달러로 평가했다.

이 회사는 마케팅 허브로서의 거대한 야망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검증된 사업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회사이다. 2년 전에 이베이는 스카이프를 26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대부분 무료 서비스인 스카이프는 현재 그 값어치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 선도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평가된 가치, 즉 그들이 벤처 자본가들로부터 받은 어마어마한 돈만큼의 값어치가 없다. 그 벤처 자본가들의 돈은 아마 기술 혁신의 다른 분야에 투자했으면 더 잘 활용되었을 것이다.

현재 신용 위기 상태에 처한 세계 경제에서 웹 2.0은 더 값어치 있는 연구 분야에서 자금을 빼앗아갈 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이 특히 심하게 겪을 수 있는 경기 침체를 가속시킬 위험이 있다. 이것은 여전히 기술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9. 국가별 이익집단
모든 국가는 법 집행에 높은 가치(종종 최고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런데 그 국가들이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서 서로에 대해 얌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을 전세계적인 공동 노력으로 본다면 기술 개발의 가장 명확한 장애물 중 하나는 국가별 이익집단들이다. 국제 통신 연맹(ITU)와 같은 단체에서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라. 각 국가는 자기 나라의 기업과 로비 그룹의 이익을 변호한다.

단기적으로 거점을 넘겨주면 장기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개념은 남극에서 벌거벗고 헤엄치는 것만큼이나 인기가 없는 개념이다.

때때로 일부 국가들이 단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개념을 벗어버리기 어렵다. 마치 단순히 영국이 길의 좌측통행을 한다는 이유로 나폴레옹과 미국이 말과 마차가 도로의 우측을 사용하게 한 것과 비슷하다.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중국은 아직도 3G 배치 작업을 질질 끌고 있다. 자체 개발한 표준인 TD-SCDMA를 사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것을 원하는 이유 중에는 서양의 특허 보유권자들에게 돈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지만, 주된 이유는 중국은 국내 시장이 너무 커서 국제 표준에 일치하지 않아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진전 속도가 느려졌다.

일부 국가별 이익 단체들은 국제적인 기술 발전에 거의 말도 안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러 해 동안 미국 정부는 암호화 기술을 군사 기술로 분류하여 RSA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칩을 다른 곳으로 배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출법을 제정하였다.

이 금지 규정은 장기적으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지만 상당히 오래 동안 전세계의 보안 기술 발전을 심각하게 지체시켰다.

10. 세계적으로 전쟁 및/또는 재난이 없는 상태
평화, 사랑, 그리고 이해는 잊어라. 기술이 진정한 발전을 이루려면 전쟁이 있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우리에게 레이더, 로켓, 제트 엔진, 그리고 디지털 컴퓨팅을 안겨주었다. 물론 5,000만명이 사망했다.

요즘에도 군사 행동의 결과는 여전히 슬픔과 죽음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이득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나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전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폭탄 투하 로봇에는 별게 없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전쟁에 몰두해야 한다. 정치가들은 말로는 늘 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전쟁이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이 그런 전쟁이다. 이런 전쟁은 모두 거창하게 시작되지만 시민들을 괴롭히는 매우 창의적인 방식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넉넉하게 받은 것 이외에는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전쟁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 그 전쟁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낫다.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환경 변화, 질병, 그리고 국제적인 정치경제적 변동이다. 이 끔찍한 세 가지 요소에 맞서는 전시 체제에 전세계의 국가들을 참여시키면 새로운 초점이 맞추어진 사고와 기술이 꽃피게 될 것이다. 물론 다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07/12/27 21:40 2007/12/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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